Bogaeng 2022. 10. 17. 22:13

 

 

 

아직 일을 시작한 지 4일밖에 안 됐지만, 일하다가 종종 타자를 멈추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당사자에게, 군이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가끔은 내가 변론기일에 나갔을 때, 상대방(주로 징계 취소 소송이나 토지 인도 소송 등일 것 같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상상해 보기도 한다. 나를 원망하진 않을까? 물론 원망스러울 것 같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긴장감과 압박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열심히 일을 해도 내가 한 일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봐, 혹은 실수할까봐. 실제로 징계 같은 경우에는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니까.

그리고 나를 또 긴장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사무실 전화.
사무실 전화는 주로 다양한 법률상담 때문에 걸려 오는데, 솔직히 나도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입장이기 때문에 모든 사안에 대해 빠삭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전화를 받을 땐 조금 긴장한다.

오늘, 다른 간부들은 퇴근할 시간대에 전화가 왔다.
역시 법률상담이었는데, 일단 아는 선에서 최대한 답변을 했다. 사안 자체가 좀 애매하기도 했던 것 같다.

대략 대화가 끝나가자, 그 분이 "휴" 한숨을 내쉬며 "덕분에 마음이 좀 편해졌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라고 했다.
그래서 나도 "고생 많으십니다."라고 대답했는데, 내가 그 분께 얼마나 도움을 드렸는지, 위안을 드렸는지 모르겠지만, 그 분의 그 말은 나에게 큰 위안이 됐다. 그래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포천은 1년차 군법무관 임지 중에서 가장 일이 많은 곳이라고들 한다.
그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여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이지만, 어찌 됐든 최대한 해 볼 예정이다.
그래도 소송 경험이 남겠지.
내가 하는 일들이 부디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