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19. 4. 30.

Bogaeng 2019. 7. 9. 22:32

1. 나는 황령산에 가고 싶었다. 황령산은 부산 전경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야경. 나는 그게 보고 싶었다. 광안리는 너무 자주 가서 질렸기 때문..

2. 그래서 얼그레이 + 청하 + 보드카를 텀블러에 넣어서 갖고 나왔다. 시음해 보니 맛있었다. 찻잎을 술에 우려 마시는 것도 참 괜찮은 것 같다.

3. 서면역에서 내렸고, 맥도날드에서 시험기간 내내 먹어 보고 싶었던 트리플어니언이랑 상하이스파이스를 먹었다. 역시 상하이가 더 맛있었다.

4. 나는 황령산이 유명한 관광지라고 들었으므로, 가는 길이 매우 평탄하고 조명도 잘 돼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폰 손전등을 켜지 않으면 발 밑도 보이지 않았다.

5. 한 2시간쯤 헤맸던 것 같다.. 가끔 폰으로 위치를 찍어 보면 나는 길이 아닌 곳에 있었다. 가장 무서웠던 순간은 가로등이 갑자기 퍽 소리를 내며 꺼지는 순간이었다. 입에서 반사적으로 쌍욕이 나왔다. 야간 산행을 다니는 사람들은 왜 굳이 그걸 다니는 걸까? 전혀 이해가 안 됐다.

6. 결국 전망대 근처에도 가 보지 못한 채 간신히 황령산을 빠져나왔고, 30분 정도 더 걸어 서면으로 왔다. 내일 휴일이라 그런지 엄청나게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바에서 칵테일 한 잔을 마시고 싶었다.

7. 그러나 서면엔 정말 전혀 혼술 하기 좋은 곳은 없었고ㅋㅋ 결국 우리 집 앞 칵테일바에 왔다. 나랑 사장님만 있는 곳. 이제서야 마음이 좀 놓이고.. 난 오늘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 싶고ㅋㅋ

8. 결론 : 오늘 난 그냥 얌전히 광안리나 가서 바에서 한 잔 했어야 했다. 황령산 다시는 안 간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절대 가지 말라고 할 것이다. 커플끼리 가서 딱 헤어지기 좋은 곳이다. 헤어지고 싶으시면 가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