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신이나 사후세계를 인정하지 않는데도 문득 방울이가 떠나고 그런 생각을 했다.
‘나’라는 존재의 핵심이 신경 다발로 이루어진 하나의 의식(시스템)이라고 한다면, 내가 죽은 뒤에 이 넓은 우주에서 긴 시간이 흐르면 다시 ‘나’라고 부를 만한 개체가 어딘가에서 탄생할 수 있다. 아니면 이미 우주 어딘가에 ‘나’라고 부를 만한 개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럼 ‘방울이’라고 볼 만한 개체도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윤회라고 볼 수 있을지 혹은 이 넓은 우주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확률의 사건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설령 그런 일이 이 우주 안에서 발생하지 않아도 방울이의 의식은 흩어져 우주 속에 스며들었고, 나도 언젠가 그렇게 될 것이다. 어쩌면 하나가 되는 일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방울이가 떠나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아직 건강히 오래오래 살고 싶지만, 어쩌면 죽음이란 것도 내가 그리워했던, 그러나 일찍 가 버린 이들을 다시 만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게까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방울이가 많이 그립겠지만, 어차피 인간의 삶은 짧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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