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9) 썸네일형 리스트형 문지기 늑대 이야기 * 어느 머나먼 곳, 사람과 동물이 어우러져 사는 동물 왕국이 있었습니다. 동물 왕국은 매년 수확 철마다 축제를 열었고, 모두 음악을 즐기며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임금님도 인자하셨기 때문에 왕국의 사람들과 동물들은 모두 행복했습니다. * 그러나 왕국에는 한 가지 걱정이 있었습니다. 왕국의 이웃 나라 중에는 장미 왕국이 있었습니다. 장미 왕국은 장미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습니다. 장미들은 줄기가 사람의 두 팔과 두 다리처럼 뻗어 있었고, 옷을 입고 걸어다녔습니다. 머리의 자리에는 장미꽃이 항상 크게 피어 있었습니다. 장미 왕국은 장미 대왕이 다스렸는데, 장미들 중에서도 꽃과 몸집이 크고, 향기도 진했고, 가시도 날카로웠습니다. 장미 왕국은 호시탐탐 풍족한 동물 왕국을 노렸기 때문에, 동물 왕국의 걱정거리였습.. 강아지 별 이야기 어느 머나먼 별에 아주 똑똑한 외계인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 외계인들은 망원경을 보다가 따뜻한 별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어느 작고 푸른 별도 발견했습니다. 작고 푸른 별은 동물들이 살기 딱 좋을 정도로 따듯했고, 마실 물도 많았습니다. 호기심이 생긴 외계인들은 작고 푸른 별에 새 생명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작고 푸른 별을 뒤덮고 있는 짭짤한 물에 똑똑한 생명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그리고 기다렸습니다. 작고 푸른 별이 따뜻한 별의 주위를 몇 바퀴 돌고 나자, 짭짤한 물에서 새로운 동물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새로운 동물들은 네 발로 기어 다니지 않고, 두 발로 걸어 다녔습니다. 그리고 앞에 있는 두 손으로는 무언가를 집을 수 있었습니다. 외계인들은 너무 기뻤습니다... 이탈 - 도망 이후 - 이탈(離脫) - 도망 이후 - 1. 낙조(落潮) H는 빠른 걸음으로 구두소리를 내며 깊은 당산역을 내려가고 있었다. H는 항상 당산역을 내려갈 때마다 서울의 직장인들에게 참 어울리는 장소라고 생각했다. 쉬지를 못하는 서울의 직장인들, 그리고 그들을 더욱 서두르게 하는 깊디깊은 당산역. H는 간신히 2호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퇴근시간의 지하철은 항상 몸을 부대끼며 타야 했지만, H가 항상 기대하는 것이 있었다. 지하철이 소음을 내며 움직였고, 어둡던 지하철 창에 갑자기 주황빛이 눈이 부실 정도로 H에게 쏟아졌다. 한강에 낙조가 반사되고 있었다. 탁 트인 한강과 현대적인 빌딩들, 그리고 그 위로 쏟아지는 낙조를 H는 무척 좋아했다. 평생을 서울에서 살았지만, 언제 봐도 처음 서울에 올라오는 사람처럼 사진.. 도망(逃亡) (2019. 7. 2.) H는 항상 도망쳤다. 꿈에서까지 도망치고 있었다. H는 항상 숨을 헐떡였다. 눈은 퀭했으며, 눈 밑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H의 모습은 장례식을 연달아 치른 사람 같았다. 눈빛은 공허했고, 입술은 말라 있었다. H는 자신의 머릿속에서마저 도망치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한계였다. H는 ㄱ이란 사람을 싫어했다. 싫어하고 싶어서 몸부림쳤다. 근래 이토록 자신을 괴롭게 한 사람은 없었다. ㄱ의 등장, 숨소리만으로도, ㄱ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H는 숨을 쉬기 힘들어했다. 그래서 ㄱ을 피해다녔다. 점점 H는 빌딩의 옥상, 비상계단으로 숨는 일이 잦아졌다. 불 꺼진 비상계단에서 숨죽여 눈물을 흘렸고, 탁 트인 높은 옥상에서는 밤에 콘래드 빌딩과 한강변의 건물들, 차들의 전조등과 브레이크등이 뿜어내는 습한 불빛들을.. 결국은 (2019. 3. 22.) 형, 우리는 결국 이 풍경을 위해 달려왔나 봐요. 바람은 가끔 볼을 스치고 있었고, 이제 막 푸르름을 되찾은 잔디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형은 대답이 없었다. 그래 결국 형은 이 사각 돌 아래 묻혀 있을 뿐이니까. 형의 얼굴엔 주름이 없었다. 우리는 아직 어렸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에도 어렸는지 모르겠다. 가끔 난 형에게 사람은 그저 뼈와 살로 이루어진 컴퓨터가 아니냐고 말했다. 형은 헛소리 하지 말라고 다그치기 일쑤였다. 그럼 나는 다시, 우리가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그의 존재가 사라져서가 아니라 그와의 소통이 단절되기 때문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형은 피식 웃으며 소주 한 잔을 들이켰다. 그럼 나도 한 잔 마시며 답답해 했다. 나는 나 자신도 뼈와 살로 이루어진 컴퓨터라고 생각하는.. 이전 1 2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