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든 순간에도 이 세상은 나의 탐구 대상이었다. 항상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 미술도 배워 보고 싶고, 글도 쓰고 싶고, 책도 읽고 싶고, 발전하는 세상도 오래오래 보고 싶고. 그래서 힘든 순간에도 버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너무 힘들어도 버티면 그 시간도 지나가니까, 지나가면 언젠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살다 보니 '삶에 재미가 없다'거나 심지어 '그만 살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 이유는 다양했다. 자신을 불태울 목표를 이루고 나니 삶의 목표를 잃어버려서, 이 세상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이 세상을 살아가기가 힘들어서 등등.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일단 치료를 받기를 권했다. 우울증 등은 분명히 병이므로 치료를 받는 게 가장 빠른 해결방법이고, 과거에 나도 병원의 도움으로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으니까. 정신병을 터부시하는 한국에서 자신이 정신병을 앓고 있음을 인정하고 병원에 가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립박수를 받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치료를 권하는 것 외에도 이런저런 조언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나는 대체로 사람들이 나와 같을 거라 착각했고, 나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들에게 접근했다.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하고 싶은 일들이 있을 거고, 그 일을 할 여건을 보장해 주면 삶에 대한 욕망을 회복할 거라고. 근데 아니었다.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거나, 좋아하는 일을 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별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을 때 스스로 답답했다. 물론, 내가 아무리 도와줘도 고통이 압도적으로 큰 삶도 있을 것이다, 내가 모든 사람의 삶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건 절대적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조금만 나아지면 삶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들도 분명히 많다. 그렇게 되도록 조금이나마 등을 밀어 주는 정도는 하고 싶었다.
항상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요즘은 생각한다. 종종 연락하고, 같이 놀러 다니고, 얘기도 하고, 재밌는 것도 하고. 그래도 그런 시간에는 그 사람들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서. 나도 힘든 시절에 사람들이랑 있을 때는 잠시 힘든 걸 잊었으니까.
사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힘든 사람이 있으면 꼭 연락해 주길 바라서다. 같이 맛있는 거라도 먹고 이야기라도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취미가 많은 사람이라 삶의 활력소가 될 만한 취미를 추천해 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 건강합시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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