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도망(逃亡) (2019. 7. 2.) H는 항상 도망쳤다. 꿈에서까지 도망치고 있었다. H는 항상 숨을 헐떡였다. 눈은 퀭했으며, 눈 밑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H의 모습은 장례식을 연달아 치른 사람 같았다. 눈빛은 공허했고, 입술은 말라 있었다. H는 자신의 머릿속에서마저 도망치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한계였다. H는 ㄱ이란 사람을 싫어했다. 싫어하고 싶어서 몸부림쳤다. 근래 이토록 자신을 괴롭게 한 사람은 없었다. ㄱ의 등장, 숨소리만으로도, ㄱ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H는 숨을 쉬기 힘들어했다. 그래서 ㄱ을 피해다녔다. 점점 H는 빌딩의 옥상, 비상계단으로 숨는 일이 잦아졌다. 불 꺼진 비상계단에서 숨죽여 눈물을 흘렸고, 탁 트인 높은 옥상에서는 밤에 콘래드 빌딩과 한강변의 건물들, 차들의 전조등과 브레이크등이 뿜어내는 습한 불빛들을..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