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변호사

(9)
굿바이 홍천 도망치듯 홍천에 왔었다. 그리고 이제 홍천을 떠날 때가 되었다. 최근에 홍천강을 뛰고 강변에 앉아 있었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천에서 내가 만들어 놓은 생활이 나름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군법무관으로 입대하고 1년이 지났을 때 나는 심신이 너무 지쳐 있었고, 2년차에는 무조건 쉴 수 있는 곳에 가겠다 마음먹었었다. 마침 홍천에 친한 분께서 법무참모(나의 상관)로 와 계셨고, 일도 그렇게 많지 않아 보였다. 서울이나 이천과도 가까웠고. 그래서 작년 8월, 포천 5군단을 뒤로 하고 홍천으로 요양을 왔다. 야근에 주말 출근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살다가 홍천에 오니 칼퇴가 낯설었다. 처음엔 칼퇴하는 게 뭔가 잘못하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다 그 여유에 적응하니 퇴근하고 누리는 저녁 시간과 주말이 너..
군 징계에 관하여 군 사건 전문 변호사도 아니고 징계장교를 해 본 적도 없지만 1년 반 정도 징계취소소송 같은 소송들을 하고 건너 건너 징계 사건들에 관해서 들으면서 느낀 것들을 좀 써 볼까 합니다. 정확하지 않을 수 있고 의견이 분분할 수 있겠지만, 이 글을 통해서 여러 의견이 오가는 것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1. 변호사가 꼭 필요한가? 요즘 군에서 징계받으면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징계 절차에서부터 변호인을 선임하는 사람들도 꽤 많고요. 그런데, 징계 절차 – 항고 절차 – 징계취소소송 제1, 2, 3심까지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면 수천만 원까지 들게 됩니다. 과연 큰돈을 들여 꼭 변호사를 선임하여야 할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가. 징계 절차 징계 절차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 홀로 ..
송무에 관하여 송무를 하다 보면 이 일이 꽤 흥미롭다는 생각이 든다(아직 2달밖에 안 했지만). 오늘도 그걸 많이 느꼈는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1. 다른 변호사님들을 많이 뵙게 되는 점이 꽤 흥미롭다. 변호사님들마다 각자 다른 변호사를 대하는 태도, 서면 쓰는 방식, 집중하는 법리가 다 다르다. 나도 되도록이면 재판 끝나면 상대방 변호사님께 수고하셨다는 한 마디라도 하려고 하는 편인데, 아무 말씀 안 하시는 분도 계시는 반면, 완전 초짜에 나이도 어린 나에게 예의를 갖춰 주시는 분들도 계시다. 후자의 분들을 보게 되면 꼭 기억하려고 노력을 한다. 대개 그런 분들은 서면도 열심히 쓰셨던 것 같다. 물론 상대방으로 만났으니 지켜야 할 거리는 지키지만, 마음 속으로는 약간의 리스펙을 가지게 된다. 2. 또, 무료로 ..
2022. 10. 12. 1. 포천 온 지 두 달, 입대한 지는 벌써 다섯 달이 되었다. 학군교에서 훈련 받을 때는 나름 재밌었지만 자유가 없어 힘들었고, 종행교 때는 밥 빼고는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주말에 나갈 수도 있었고. 요즘 친하게 지내던 동기 분들이나 종행교 때 생각을 자주 한다. 2. 8월 16일에 전입신고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세월을 생각해 보면.. 어우 계속 태풍을 맞는 것 같았다. 처음에 소송 40건 정도 있는 거 봤을 땐 도망치고 싶었고, 곧이어 순식간에 일들이 몰아쳤었는데, 정말 감당이 안 된다고 느꼈었다. 게다가 법원 출장이 잦았는데, 운전 초보라 심신이 지쳐 있는 상태에서 가는 게 쉽지 않았다. 3. 한 달쯤 됐을 때 나는 이미 한계였고, 법무관 3년 동안의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일단 계획한 공부와 ..
2022. 9. 24. 본가 와서 계속 앞으로 내가 감당해야 할 일들에 대해 생각했다. 소송은 원래 40건 좀 넘었는데, 업무 조정이 완료되면 30건 좀 넘는 사건들이 남는다. 이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최근 현재 우리에게 국가배상 사건이 50건 정도 있는데, 70건 정도가 곧 넘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잘한 법무 검토들도 항상 있고. 이제는 진지하게 걱정이 된다. 내가 맡은 일들을 잘 해내는 건 둘째 치고, 사고 안 나게 제때 처리할 수나 있을까? 이게 한 사람이 물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건의 수인가? 내가 일하다 심신이 망가지거나, 일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 같은데. 이 글은 이후 내 일에서 터질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우려이기도 하고, 그에 대해 내가 미리 하는 변명이기도 하다. 어찌 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