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천 온 지 두 달, 입대한 지는 벌써 다섯 달이 되었다. 학군교에서 훈련 받을 때는 나름 재밌었지만 자유가 없어 힘들었고, 종행교 때는 밥 빼고는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주말에 나갈 수도 있었고. 요즘 친하게 지내던 동기 분들이나 종행교 때 생각을 자주 한다.
2. 8월 16일에 전입신고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세월을 생각해 보면.. 어우 계속 태풍을 맞는 것 같았다. 처음에 소송 40건 정도 있는 거 봤을 땐 도망치고 싶었고, 곧이어 순식간에 일들이 몰아쳤었는데, 정말 감당이 안 된다고 느꼈었다. 게다가 법원 출장이 잦았는데, 운전 초보라 심신이 지쳐 있는 상태에서 가는 게 쉽지 않았다.
3. 한 달쯤 됐을 때 나는 이미 한계였고, 법무관 3년 동안의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일단 계획한 공부와 취미는 1년 간 모두 취소하고, 2년차에는 무조건 일 적은 곳으로 가서 좀 심신 회복을 하는 것으로.
4. 그래도 감사한 것은 주변 분들께서 신경써 주시고 도와 주신 덕분에 그나마 좀 숨통이 트였다는 것이다. 본인 1년차 때가 생각나서 일 도와주신다는 한 법무관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많이들 도와주시는 만큼 다시 힘내서 열심히 해야지. 요즘은 내년 후임자 분을 위해서 남은 10개월 동안 사건 수를 좀 줄이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5. 물론 앞으로도 약속 없으면 주말 출근은 계속 할 것 같다. 성격상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일을 미리 해 놓아야 몸은 피곤해도 마음이 편하다. 물론 할 일을 못 찾게 되면 주말에 푹 쉬겠지만, 여기서 할 일을 못 찾는다?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여야지.
6. 그리고 두 달 반 있으면 서른이다. 나이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정신적인 성장을 이루었느냐고 묻는다면 별로라고 대답할 것 같다. 역시 대학생활 때 가장 많은 성장을 이루었고, 그 이후엔 별 성장이 없었던 것 같다. 어찌저찌 (많지 않은) 돈을 벌고 (중고차를 사서 미숙하게) 차를 몰고 다니지만, 여전히 빚은 쌓여 있고 일과 사회생활은 서툴다. 당당한 사회인이 됐다고 하기엔 좀.. 그냥 어찌저찌 사는 서른 살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7.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일 외에서는 심신의 안정을 추구하게 되는 것 같다. 워낙 인간관계와 주변 환경에 대해서는 보수적이고 예민한 사람이라, 점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나에게 익숙한, 내가 통제 가능한 환경만 찾게 되는 것 같다.
8. 계속 주말에 일하는 것도 결국 이후 주말에 있을 친한 사람들과의 약속에 편하게 가기 위함이다. 10월 말부터는 이런저런 약속들과 결혼식이 있어 좀 바쁘다. 그러니까 힘내야 한다. 빨리 10월 말이 왔으면 좋겠다. 서른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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