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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프로손절러의 변명]

 

 

친한 사람들은 종종 나를 프로손절러라고 부른다. 그건 내가 지금까지 꽤 많은 친했던 사람들과 손절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인데.. 사실 나는 이렇게 불리는 것에 대해 전혀 불만이 없고, 오히려 어느 정도는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동안 내가 해 왔던 손절들은 대체로 옳은 일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과 연을 끊은 일들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내가 친했던 사람들과 연을 끊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인데, 연애 이후의 이별, 성범죄, 성격 차이나 다툼이 그것들이다. 사실 연애 끝에 나쁘게 헤어졌다면 서로 차단하고 평생 안 보는 것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당연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연애의 끝이 대체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헤어지고 나서 상대방을 차단했다. 재미있는 것은 단 한 번도 크게 싸운 일은 없었는데도 끝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데, 나는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건 내가 연애할 때조차 연애 상대방에게 마음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연애나 썸의 상대방에게 나의 깊은 내면, 고민까지 드러낸 적이 없다. 그게 두렵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회피형인 나는 나의 내면까지 보이면 상대가 나를 이해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보여 주지 않았던 것이다. 아마 상대방은 내가 알기 어렵거나 답답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이런 점은 섭섭함으로 쌓여 싸움 없이도 좋지 않은 이별을 만든 한 원인이 되었다. 이것과 별개로 잠수와 같은 방식으로 이별하는 사람도 좋은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종종 형들 중에는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과 친했던 사람들 중 일부는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그들을 감쌌다.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 그를 감싼 사람과 연을 끊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복잡한 이유인 성격 차이나 다툼으로 연을 끊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런 경우들에 있어서는, 결론적으로 연을 끊은 것은 잘 한 일이지만 연을 끊는 과정에서는 나의 잘못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연애 문제와 비슷하다. 기본적으로 나는 사람은 정말 힘든 경험을 하지 않는 이상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 안 맞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평생 안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격 차이로 서로 싸우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고, 그저 서로 거리를 두거나 연을 끊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그들은 친한 사람과 성격 차이로 문제가 생기면 일단 다투려고 한다.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관철시키거나 합의점을 찾으려는 것이다. 그들은 나에게도 그런 방식을 적용하려 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문제가 생겼을 때 이야기도 안 하고 거리를 벌려 버리니 그게 서운하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마음속으로 그 사람과의 적절한 거리를 계산해서 벌려 놓은 참이었고, 앞으로는 그 이상 가까워질 생각이 없었는데 그쪽은 거리를 좁혀 오면서 갈등을 유발시켰다. 결국 그쪽과 나는 다시 또 다투고, 완전히 지쳐 버린 나는 그쪽과 연을 끊어 버렸다.

 

사실 너무 이르게 인간과의 관계를 포기해 버리는 나의 태도는 문제적일 수 있으나, 결론에 있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어차피 그 사람과 나는 안 맞았던 것이고, 언젠가는 멀어질 관계였으니까. 덧붙여 말하자면, 가족 · 친구 · 동료 등등과 같이 친밀한 관계를 규정짓는 말들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관계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아껴 주어야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가족 · 친구라고 관계를 규정할 뿐 서로에게 막말하고 상처만 주는 관계는 빨리 끊어내는 게 낫다. 즉, 내가 지금까지 연을 끊은 사람들과의 관계도 결국 서로 상처를 지속적으로 줄 관계였으므로 손절이라는 결론 자체는 옳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정말 친했던 사람들과 연을 끊어 오면서 느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가까운 사람일수록 예의를 지키고 아껴 주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끔 내가 지금까지 소중한 사람들에게 주었던 상처들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항상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한다.

 

또한 아무리 연을 끊어도 매번 연 끊는 일은 정말 고통스럽다. 나는 아끼는 사람들에게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라 더 그렇다. 그래서 이젠 20대 후반씩이나 되었으니 앞으로는 사람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서 칼같이 연을 끊는 일은 되도록 만들지 않으려 한다. 성범죄 같은 경우는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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