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일들을 계속 재평가한다. 오래된 버릇인데, 유독 소화가 오래 걸리는 기억들과 시절들이 있다. 그 중 가장 무거운 것은 13년의 기억들이다. 사실 지금 내가 내리고 있는 선택들과 지금의 나의 가치관은 과반이 2013년에 내린 선택들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년은 감정선으로 가득한 해였다. 그 감정들이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살면서 처음으로 충만한 행복감을 느껴 보기도 했었고, 나락으로 떨어질 땐 내 방이 감옥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 전까지 나는 부모님과 교육제도의 요구에 충실히 따르는 범생이였는데, 대학 가서 내린 나의 선택들은 나를 완전히 다른 길로 이끌었다.
2013년 초 나는 인권과 법에 대한 세미나를 하는 연합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곧이어 이 동아리는 나의 2013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동아리가 되었는데, 여기서 만난 사람들과 여기서 배운 것들은 나에게 정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너무 좋았고, 그때 읽었던 책들, 실제로 현장에서 보았던 것들은 내가 그전까지 전혀 모르던 이 사회의 모습이었다.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술 마실 때 너무 행복했고, 조금씩 나의 진로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인권변호사를 목표로 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러나 초반에 너무 많은 것들을 얻고 경험해서였는지, 2013년 하반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되었다. 아직도 그때보다 힘든 시절을 겪은 적이 없다.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들과 멀어지게 되는 과정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끼는 사람을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때의 타격은 정말 컸고, 극복하는 데에 2014년 상반기까지 꼬박 소비했다.
아직도 2013년에 내가 했던 선택들, 말들, 행동들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도 미숙하지만, 그때의 나는 정말.. 미숙했고 거를 사람을 골라낼 줄도 몰랐다. 그리고 지금은 연락이 끊긴, 가까웠던 몇몇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가끔은 밤에 누워서 그 사람들이 잘 지내고 있을지 생각하곤 한다. 그래도 정말 감사한 것은 그때 만났던 사람들 중에 지금까지 서로 연락하면서 잘 지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가끔은 2013년의 사람들과 다시 만나면 할 이야기가 정말 많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그래도 비슷한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니까 어디선가 다시 만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오히려 7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와 정반대로 정말 한정된 인간관계에서 아주 평화로운 감정선을 유지하며 지내고 있지만.. 곧 다시 사회로 나가서 활동을 시작하면 다시 그때의 사람들을 만날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 5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다시 만난다면 7년 전의 미숙함을 사과하고 그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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