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 썸네일형 리스트형 2024 결산 11월쯤부터 올해는 결산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이런 류의 글을 잘 쓰지 않는데, 제가 바뀐 건지, 올해 느낀 것이 많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습니다. 결산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커서 계속 타이밍을 잡고 있었는데, HSK 시험도 끝났고 하니 드디어 그 타이밍이 온 것 같습니다. 올해 저에게 있었던 일들, 제가 생각했던 것들을 두서없이 하나하나 적어 보고자 합니다. 먼저, 군 생활이 7개월 남짓 남았습니다. 홍천에서 그럭저럭 군 생활을 보내다 8월에 대전으로 오게 됐고, 이제 전역의 해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대전에서의 군 생활도 무난합니다. 법무실 분들도 좋으시고, 일도 없지는 않지만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많지는 않습니다(아직은). 가끔 머리가 복잡할 땐 산책하면서 사슴 밥 주면서 스트레스.. 굿바이 홍천 도망치듯 홍천에 왔었다. 그리고 이제 홍천을 떠날 때가 되었다. 최근에 홍천강을 뛰고 강변에 앉아 있었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천에서 내가 만들어 놓은 생활이 나름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군법무관으로 입대하고 1년이 지났을 때 나는 심신이 너무 지쳐 있었고, 2년차에는 무조건 쉴 수 있는 곳에 가겠다 마음먹었었다. 마침 홍천에 친한 분께서 법무참모(나의 상관)로 와 계셨고, 일도 그렇게 많지 않아 보였다. 서울이나 이천과도 가까웠고. 그래서 작년 8월, 포천 5군단을 뒤로 하고 홍천으로 요양을 왔다. 야근에 주말 출근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살다가 홍천에 오니 칼퇴가 낯설었다. 처음엔 칼퇴하는 게 뭔가 잘못하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다 그 여유에 적응하니 퇴근하고 누리는 저녁 시간과 주말이 너.. 생의 욕망에 관하여 가장 힘든 순간에도 이 세상은 나의 탐구 대상이었다. 항상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 미술도 배워 보고 싶고, 글도 쓰고 싶고, 책도 읽고 싶고, 발전하는 세상도 오래오래 보고 싶고. 그래서 힘든 순간에도 버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너무 힘들어도 버티면 그 시간도 지나가니까, 지나가면 언젠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살다 보니 '삶에 재미가 없다'거나 심지어 '그만 살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 이유는 다양했다. 자신을 불태울 목표를 이루고 나니 삶의 목표를 잃어버려서, 이 세상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이 세상을 살아가기가 힘들어서 등등.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일단 치료를 받기를 .. 쾌락에 관하여 스스로 쾌락주의자라 생각한다, 살면서 대단한 쾌락까지 누려 본 건 아니지만. 어쨌든 쾌락은 쾌락이고 고통은 고통이니까 쾌락은 (큰 해악이 없는 한) 누리고 죽는 것이 좋고, 고통은 회피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문득 샤워를 하다가 내가 지금까지 누려 본 쾌락과 포기한 쾌락 중에 나름의 쓸 거리가 있는 쾌락들에 관하여 글을 쓰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서 이 글을 쓴다. 1. 음식 먹는 즐거움을 제대로 깨우친 건 사춘기즈음이라고 생각한다. 태어났을 때부터 나는 매우 까다로웠다. 과일주스 같은 것만 잘 먹고 고기 같은 건 싫어했다고 한다. 부모님 모두 은근 입맛이 까다로우신데, 그 부분을 닮았나 보다. 그래서 나는 사춘기 전까지는 소식좌였다. 그러다 2차 성장이 시작되면서 입맛이 트이기 시작했고, 대.. 글과 얼굴에 관하여 내가 ‘나’임을 인식하고 나 자신에 관해서 어느 정도 사회의 기준을 받아들여 평가하기 시작했을 때에는 스스로 외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내면의 가치관이나 성격도 중요하지만, 그것들은 측정하기도 너무 어렵고 변할 수 있으니까 사회에서 내 내면보다는 외모가 더 중요하게 평가받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런 사고방식은 사춘기 때 나의 외모에 대하여 신경을 쓰도록 만들었고, 한편으로는 몇몇 콤플렉스를 낳기도 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사고방식은 사춘기 이후 지금까지 항상 내 머릿속 어딘가에서 의문의 대상이었다. 크면서 보니 사람들의 외모는 늙어가며 꽤 많이 변했고, 성형으로도 변하는 경우들을 많이 봤다. 심지어 살이 찌고 빠짐에 따라 외모가 꽤 변하기도 했다. 결국 외모도 고정된 것이 아니고 꽤 ..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