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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군법무관으로 살아남기 (2022. 5. 17. - 2025. 8. 1.)

2024 결산

 

 

 

  11월쯤부터 올해는 결산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이런 류의 글을 잘 쓰지 않는데, 제가 바뀐 건지, 올해 느낀 것이 많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습니다. 결산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커서 계속 타이밍을 잡고 있었는데, HSK 시험도 끝났고 하니 드디어 그 타이밍이 온 것 같습니다. 올해 저에게 있었던 일들, 제가 생각했던 것들을 두서없이 하나하나 적어 보고자 합니다.

 

  먼저, 군 생활이 7개월 남짓 남았습니다. 홍천에서 그럭저럭 군 생활을 보내다 8월에 대전으로 오게 됐고, 이제 전역의 해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대전에서의 군 생활도 무난합니다. 법무실 분들도 좋으시고, 일도 없지는 않지만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많지는 않습니다(아직은). 가끔 머리가 복잡할 땐 산책하면서 사슴 밥 주면서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제는 제법 저를 알아보는 사슴들이 늘었습니다.

 

  같이 일하는 법무관님이 “군법무관 너무 좋다.”라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도 어느 정도 그 말에 공감합니다. 보직마다 다르긴 하지만, 지금 보직은 할 일만 잘 하면 딱히 누군가 괴롭히지도 않고, 평화롭게 군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저도 혼자 사무실에 앉아서 고민하고 법무 검토 회신서 쓰는 것이 일과의 대부분입니다.

 

  다만, 아쉬움은 항상 있습니다. 사회에서 무서울 정도로 성장해 나가는 변호사님들을 볼 때면 부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그분들의 업무량은 저와 비교도 안 될 정도라 고생하시겠지만,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보람을 느끼시는 변호사님들을 볼 때 부러움을 느낍니다. 저는 아직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 못하고, 전역 후에 배울 것들이 많습니다. 그게 가끔은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군 생활 동안 배운 것도 있지만, 3년을 기다리는 것이 길게 느껴지는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슬슬 말년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할 즈음, 비상계엄이 터져서 정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른 분들도 그랬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군인이라 아직 자세한 생각을 글로 풀기는 제한되지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포감도 많이 느꼈고, 우리 군이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지 혼자 많이 생각했습니다. 이 주제에 관해서는 전역 후에 많은 분들과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또, 슬슬 취업 시즌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부족하지 않게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저의 솔직한 마음입니다. 한편으로는 인정하기 싫었지만, 생각보다 저는 돈이 더 필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도 과거 제가 가졌던 지향점과는 너무 먼 방향으로는 가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타협점을 찾느라.

 

  변호사가 워라밸과는 거리가 먼 직업이고, 특히나 소송 업무를 하는 변호사들은 더 그렇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격무에 시달릴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첫출근 할 때 목욕 바구니를 들고 출근하고, 추후 사무실에 접이식 침대 깔고 살겠다는 마인드를 다지고 있습니다. 초년에 고생해야 나중에 1인분 하는 변호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또, 올해 이야기를 할 때 방울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갑자기 사고를 당해 크게 아팠고, 제가 급하게 달려갔을 때 당장이라도 세상을 떠날 것처럼 보였습니다. 급하게 병원에 입원시켰고, 다행히 죽음의 고비를 넘어 보성 할머니 곁으로 돌아와, 지금은 털도 많이 자랐고, 할머니를 쫓아다니며 잘살고 있습니다. 종종 친척분들께서 방울이 사진을 보내 주시는데, 저와 유빈이가 사 준 집에서만 잠을 잔다고 해서 귀엽기도 하고, 빨리 보고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유빈이와 올해도 함께 했는데, 올해 초엔 제주도 여행도 갔다 왔고, 서로 생일도 챙겨 주고, 이곳저곳 놀러 다니며 즐거웠습니다. 이제는 정말 편안한 사이가 되었고, 서로서로 의지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편안하고 서로 의지하는 관계가 지속된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에 힘이 많이 됩니다.

 

  어쩌면 내년이 제 인생이 많이 바뀔 시기라는 느낌이 들어 이 글을 쓰게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을지, 어느 직장에 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기대감을 더 많이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건강 관리 잘 해서 오래오래 일하고, 사람들한테도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올 한 해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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