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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먼저 떠난 이에 관하여
방울이가 떠나고 나서 종종 잊으라는 말을 들었다. 위로의 의미로 한 말이었지만, 사실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나는 방울이가 떠난 이후로 의도적으로 더 많이 방울이를 기억하고 있었고, 울고 싶으면 울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방울이를 잊을 생각은 없었고, 잊는다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방울이뿐만 아니라 이미 내 곁을 떠난 이들 모두에 관해서 그렇다. 보성 할아버지도, 안타깝게 먼저 떠난 내 친구들도. 그들은 이미 ‘나’라는 존재가 형성되는 데에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 사람이 떠났다 해서 그 사람이 나에게 미친 영향이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람과의 이별이 또다시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다시 나를 만든다. 결국, 나의 일부를 형성한 그 사람에 관한 기억을 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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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재회에 관하여
어쩌면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신이나 사후세계를 인정하지 않는데도 문득 방울이가 떠나고 그런 생각을 했다. ‘나’라는 존재의 핵심이 신경 다발로 이루어진 하나의 의식(시스템)이라고 한다면, 내가 죽은 뒤에 이 넓은 우주에서 긴 시간이 흐르면 다시 ‘나’라고 부를 만한 개체가 어딘가에서 탄생할 수 있다. 아니면 이미 우주 어딘가에 ‘나’라고 부를 만한 개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럼 ‘방울이’라고 볼 만한 개체도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윤회라고 볼 수 있을지 혹은 이 넓은 우주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확률의 사건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설령 그런 일이 이 우주 안에서 발생하지 않아도 방울이의 의식은 흩어져 우주 속에 스며들었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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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방울이와의 이별
방울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원래도 나이가 많은 아이였어서 천천히 이별을 준비하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그날이 빨리 와 버렸습니다. 소식을 듣고 몇 번을 울고 이 글을 쓰면서 또 울었는데, 홀로 남겨진 할머니는 얼마나 힘드실지 모르겠습니다. 일상을 웃으며 영위하다가도 할머니 댁에 덩그러니 놓여 있을 방울이 집과 장난감, 산에 작게 만들어져 있을 방울이 무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조만간 할머니 뵈러 보성에 가려고 하는데, 저를 반겨 주는 방울이 없는 할머니 댁이 너무나 허전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말도 잘 듣고 착한 아이였으니까 편안히 잠들었을 거라고 믿습니다. 언젠가 먼 훗날 다시 꼭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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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법무관으로 살아남기 (2022. 5. 17. - 2025. 8. 1.)
2024 결산
11월쯤부터 올해는 결산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이런 류의 글을 잘 쓰지 않는데, 제가 바뀐 건지, 올해 느낀 것이 많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습니다. 결산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커서 계속 타이밍을 잡고 있었는데, HSK 시험도 끝났고 하니 드디어 그 타이밍이 온 것 같습니다. 올해 저에게 있었던 일들, 제가 생각했던 것들을 두서없이 하나하나 적어 보고자 합니다. 먼저, 군 생활이 7개월 남짓 남았습니다. 홍천에서 그럭저럭 군 생활을 보내다 8월에 대전으로 오게 됐고, 이제 전역의 해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대전에서의 군 생활도 무난합니다. 법무실 분들도 좋으시고, 일도 없지는 않지만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많지는 않습니다(아직은). 가끔 머리가 복잡할 땐 산책하면서 사슴 밥 주면서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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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후기
아디다스 솔라부스트 5 후기
아울렛에서 산 솔라부스트를 드디어 테스트 해 봤다. 이전엔 22년도에 산 나이키 인피니티 런 4를 계속 신었었는데, 그것보단 덜 푹신한 느낌. 그래도 불편하거나 발이 아픈 정도는 아니다. 내가 발볼이 넓고 발등도 높은 편이라 인피니티가 발등을 압박해서 좀 불편했는데 솔라부스트는 그런 게 없어서 편했고, 발에 힘이 덜 들어가는 것 같았다. 발 앞 부분도 좀 더 넉넉했다. 이건 인피니티가 오래돼서 그런 건지 신발 반발력 차이인지 모르겠는데, 가볍게 뛰는데도 이전보다 속도가 잘 나왔다. 요즘 중국어 때문에 러닝 좀 미뤄서 러닝 컨디션이 잘 안 올라온다고 느꼈는데, 오랜만에 가볍게 잘 뛰어지니 좋았다. 싼 가격에 괜찮은 신발을 구한 것 같아서 좋았고, 아무래도 내 발 특성상 앞으로 나이키보다는 아디다스나 다른..